제100장 무관심의 구실

어둑한 방에서 릴리는 정맥 주사를 맞고 있는 안젤라가 누워 있는 침대 쪽으로 발끝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녀의 손은 숙련된 은밀함으로 움직이며, 들고 있던 주사기의 뚜껑을 능숙하게 열었다.

"뭐 하고 있는 거지?" 문간에 서 있던 카를로스의 차가운 질문이 침묵을 깨뜨렸다.

릴리는 휙 돌아섰고, 그를 보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를로스는 문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의 강렬한 시선 아래 릴리의 등골로 공포의 전율이 스쳤지만, 그녀는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았다. "카를로스, 여기 웬일이야?" 그녀는 태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