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나 움브라

안개

일기장의 페이지를 넘기며 어젯밤 꿈에서 깨어나 휘갈겨 쓴 끔찍한 필체를 쳐다봅니다. 내가 뭘 말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어둠? 상처? 은색? 그 단어들만 어느 정도 명확해 보입니다. 내가 이것을 적었다는 기억조차 없어요.

한숨을 쉬며 일기장을 닫고 다시 가방에 넣은 뒤, 기숙사 공용실의 의자 뒤에 가방을 걸어둡니다. 이곳은 경사진 지붕과 여러 개의 탑, 으스스한 어두운 벽감이 있는 거대한 건물이지만, 이곳이 집이에요. 지금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성가신 목소리가 단 한 번이라도 조용해진다면, 조지아가 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