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에바: 새하얀 거짓말

나는 아빠와 할아버지 사이에 끼어 알파 그레이슨의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아빠가 억지로 뒷자리에 앉히지만 않았어도 훨씬 편했을 텐데.

하지만 아니!

그레이슨의 눈이 백미러를 통해 몇 초 동안 내 눈과 마주쳤다가 다시 도로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입술이 내 몸에 닿았던 기억이 떠오르자 등줄기를 따라 전율이 흐르고 내 아래가 조여들었다. 아빠가 몇 초만 더 늦게 왔더라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 침묵이 나를 죽이고 있었다.

이보다 더 어색할 수 있을까?

속눈썹 아래로 아빠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내 오른쪽에 무릎을 꽉 쥐고 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