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장 빨간색을 보다

나는 바론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더 이상 짜증, 혐오감, 그리고 불쾌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바론," 내가 말문을 열며 옆구리에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당신 말고는 아무도 책임이 없어요. 여기 와서 부탁은커녕, 그것도 그렇게 터무니없이 받을 자격도 없는 부탁을 할 권리가 당신에게는 없어요."

바론의 턱이 떨어졌다. 분명 그는 이 불청객 방문과 부당한 부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인데, 내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