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27

아를레나는 신전의 은밀한 방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마음은 앞에 놓인 임무의 무게로 무거웠다. 돌벽들은 고대의 기운을 품고 있었고, 수천 개의 기도 소리가 새겨져 있었다. 촛불의 깜빡이는 빛 속에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공기에는 말린 약초와 성스러운 기름의 향기가 감돌았다. 이곳에서 수많은 의식이 행해졌음을 상기시키는 잔향이었다.

그녀는 로넌의 피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조심스럽게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그 안의 액체는 여전히 그가 몸에서 피를 흘린 순간부터 변하지 않은 진홍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를레나의 손가락은 성스러운 잔을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