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이용했잖아

자렌의 시점

"자렌이 네 가족을 죽였어, 아바리스. 그리고 나서, 네 친구가 되었지."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순간을 머릿속으로 수천 번은 그려봤고, 진실을 부드럽게 전할 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마주하니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소리치지도,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낯선 사람처럼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것이 이제는 아무 의미 없다는 듯이. 그 눈빛은 어떤 칼날보다 더 깊이 상처를 냈다.

말하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부르고, 설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