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95

평소에 직장에서 할 일 없을 때 그들처럼 같이 드라마 보려고 준비해 둔 것인데, 컴퓨터 본체에 연결했어요. 컴퓨터용 이어폰 하나는 제 귀에 꽂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 귀는 비워 두었어요. 현실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듣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준비를 마친 후, 볼륨을 최대로 올려보았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나는 소리와 아내가 의자를 옮기는 소리까지 아주 선명하게 들렸어요.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어떤 기술이든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이렇게 몰래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장치들만 해도 정말 첨단 기술의 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