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27

하지만 부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모든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내가 미리 알고 있는 상황에서, 게다가 내가 이 모든 일이 일어나도록 묵인했는데.

나는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마치 혼이 빠져나간 듯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가끔 그들이 거실을 떠날 때면, 나는 같은 시간대의 다른 각도 CCTV로 전환해서 다시 의자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았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정오 무렵 회사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마지막 영상 파일에 표시된 새벽 2시 가까이 되는 마지막 녹화분을 다 볼 때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