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34

"아내가 나한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내가 무슨 일인지 말하기도 전에 아내는 이미 부드럽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당부하고 위로하기 시작했어.

듣고 있자니 말문이 막혔어. 아내 눈에는 내가 아마 그런 사람으로 보이나 봐.

성실하고 정직한 것이 어떤 사람들 눈에는 요즘 사회에서 귀중한 장점이자 고집으로 보일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 눈에는 성실함과 정직함이 무능함을 의미하기도 해.

이런 생각이 들자 방금 전까지 조금 가벼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다시 무거워졌어.

아내가 자기 몸으로 임지산의 소유와 농락을 받아들일 때도 아마 그런 생각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