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34

운샹은 층계를 올라가자마자 그 하얀 모습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묵성택이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살짝 돌려 쳐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운샹은 눈을 살짝 휘며 미소를 지었다. 뭔가 말하려는 찰나였다.

묵성택은 다시 고개를 돌려 강 교수님의 말씀을 끝까지 들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무척 부끄러웠다. 운샹의 그 미소가 눈썹 사이의 차가움을 녹여버려, 보는 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으니까.

오정은 이미 와 있었는데, 이번에는 문제를 풀지 않고 묵묵히 바둑판을 응시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