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4
"근데 왜 그녀에게 관심이 있어?" 종정명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빙산 위의 설련화 같은 애야. 내가 알기로는 학교에 친구 하나 없고, 누구에게나 차갑게 굴더라고."
누구에게나 차갑게 굴어?
묵성택은 방금 전 그녀가 선생님 앞에서 보였던 고민 어린 미세한 표정을 떠올렸다. 소문과는 좀 다른 것 같았다.
"야야, 설마 진짜 그녀한테 반한 거야?" 종정명은 그가 한참 말이 없자 과장된 어조로 말했다. "형이 그녀의 QQ번호나 집 전화번호 구해줄까?"
묵성택은 그를 상대하기 귀찮아 걸음을 더 빨리 옮겼다.
"아이, 친구야 부끄러워하지 마. 내가 다른 건 못해도 여자 꼬시는 건 경험이 있다고."
윤상이 교실로 돌아오자 반장이 자리 바꾸는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예시어, 너는 하군신과 짝이야." 강심억은 그녀가 돌아온 것을 보고 빠르게 말했다.
"왜요?" 윤상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하군신의 뒷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마음이 불안했다. 매번 수업 시간에 앞에 있는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렸다.
머릿속에서는 두 명의 작은 인물이 싸우고 있었다. 하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배신자를 혼내주겠다고 했고, 다른 하나는 임대옥처럼 슬픈 표정으로 7년의 감정이 정말 추억할 가치도 없는지 묻고 싶어했다.
두 사람이 짝이 되어 그 고통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얼굴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니, 그녀가 과연 태연한 척할 수 있을까?
강심억은 눈을 불쾌하게 치켜떴다. 그녀는 일찍부터 늘 차갑게 굴고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 이 예시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시어, 너 일부러 꼴찌 하려고 한 거 아니야?"
윤상은 영문을 몰라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누구나 알잖아, 시험 후마다 반 전체가 자리를 바꾸는데, 1등은 꼴찌와 앉고, 2등은 뒤에서 두 번째와 앉고... 너는 매번 시험에서 반에서 3등 안에 들었는데, 이번엔 갑자기 꼴찌를 했잖아. 하군신과 앉으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강심억의 약간 비꼬는 말투에 윤상은 속이 답답했다. 이 시스템이 예전 학교와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지? 보통은 선생님들이 꼴찌가 우등생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봐 걱정하는데, 여기서는 이렇게 하다니. 만약 이런 규칙이 있는 줄 알았다면, 며칠 전에 성실하게 수업을 듣고 적어도 뒤에서 두 번째라도 했을 텐데.
결국 꼴찌와 뒤에서 두 번째의 차이는 10점밖에 안 됐으니까.
"자, 빨리 책상 옮겨. 다른 학생들 시간 뺏지 마." 강심억이 다시 강조했다.
"짝을 바꿀 수 없을까요?" 윤상은 정말 하군신과 짝이 되고 싶지 않았다.
"예시어, 내가 또 반복하고 싶지 않아. 정말 하군신과 짝이 되기 싫으면, 다음번에는 시험을 좀 잘 봐. 하지만 지금은 책상을 앞으로 옮겨." 강심억은 예시어가 일부러 반대로 말한다고 생각했다.
윤상은 머리가 아프게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며 자신을 위해 한 번 더 시도해보려 했다.
그러나 그 불쾌한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순간적으로 기가 죽어, 마지못해 책상을 옮기러 갔다.
속으로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강심억은 아직 그녀의 상사도 아닌데, 왜 그녀는 여전히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역시 예전의 위엄이 남아있는 걸까?
더블 F 의류 디자인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매니저로서, 강심억의 능력은 누구나 인정했지만, 일에 대한 까다로움과 엄격함도 유명했다.
강심억의 조수로서, 윤상은 그녀 밑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
다른 사람이 실수하면 강심억은 기껏해야 한두 마디 꾸짖는 정도였지만, 윤상이 실수하면 꾸짖는 것은 작은 일이고, 벌금을 물리는 것이 큰일이었다.
이리저리 돌고 돌아, 결국 이 사람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