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50

냉란지의 손목이 허공에 떠 있었고, 눈은 백지 상태의 선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급 붓의 끝에서 큰 방울의 먹물이 떨어져 선지를 더럽혔다.

다행히 종이는 본래 하얗게 비어 있어서, 글씨나 그림이 없었다.

"공주님, 피곤하시죠? 뭐 좀 드시겠어요?" 효유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쟁반 위에는 시원하고 맛있는 단 수프가 담겨 있었다.

냉란지는 붓을 내려놓으며 식욕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내려놓아."

하 부인은 이미 한동안 와 있었는데, 조씨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조씨가 밖에서 직접 혈연 관계를 확인하려는 건가?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