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54

비록 온여옥과 이틀 동안 냉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진영균의 전화를 받은 후에 나는 결국 외출하기로 결정했다.

어쨌든, 이 집에 머무는 동안 온여옥은 내게 처음으로 희망을 주었고, 많은 아름다운 추억도 남겨주었다.

이미 마음을 정했다. 이번에 그녀를 도와준 후에는 학생 기숙사로 이사 갈 생각이다.

한 별장에서 서로 남처럼 지내느니, 차라리 완전히 떨어져 사는 게 낫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그 감정은 나를 몹시 괴롭게 했다.

집을 나설 때, 어디선가 온여옥의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