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53

어찌된 일인지, 세월에 가장 깊이 묻혀 있던 기억들이 우연히 떠오를 때면, 마치 입 안에 사탕을 물고 있는 것처럼 달콤한 느낌이 들곤 했다.

주휘의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상처투성이인 세상에서, 나는 절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그때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저 슬픔에 젖어 공책 속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뜨겁고 어린아이 같은 눈물이 공책을 흠뻑 적셨다. 단지 주휘가 '절대 사랑하지 않을 거야'라고 했기 때문에.

주휘는 20년 동안 미쳐 있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버티며 그녀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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