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95

말이 끝나자마자,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인파를 뚫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색이 서려 있었고, 미소라곤 전혀 없었다. 장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맹렬한 분노가 뿜어져 나와, 마치 그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하지린이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는 계속 어두운 곳에 숨어서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심지어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한 쾌감마저 드러나 있었다.

장휘는 차에서 내릴 때부터 하지린의 이런 특이한 모습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