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22

춘은난봉차의 방울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 작은 가마 안에 얼마나 많은 비빈들의 희망과 실망이 담겨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여인들의 눈물과 웃음이, 얼마나 많은 가문의 영광과 쇠락이 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까?

녹지가 조심스럽게 묵상을 부축해 가마에서 내리게 했다. 고개를 들어 불빛이 환한 건장궁을 바라보니, 곳곳에서 웅장함과 위엄이 느껴져 저절로 경외심이 들었다. 이곳은 처음 오는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러 번 와봤기에 익숙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기억 속의 건장궁과는 별로 닮은 점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