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36

산초어 냄비는 역시 새콤매콤하게 입맛을 돋웠다. 우유빛 생선 국물이 자줏빛 구리 냄비에서 끓어오르며,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라 곳곳에 생활의 정취가 넘쳐났다.

황장의 사람들은 손재주가 뛰어나 겨울에도 온실에서 채소를 키웠는데, 경성 전체를 둘러봐도 이런 곳은 유일무이했다. 온실에서 나온 채소 가격은 당연히 저렴하지 않았다. 작은 배추와 유채를 냄비에 살짝 데쳐 집어내어 준비된 소스에 찍어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매콤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인간 세상의 진미였다. 이런 맛은 천상에만 있을 법하니, 인간 세상에서 몇 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