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76

한바탕 소동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원비의 총애는 예전보다 더욱 깊어져 육궁의 여인 중 가장 사랑받는 듯한 기세였다. 궁 안에서는 현귀비가 나이 들어 황상의 은총이 줄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금수는 편전에서 원비의 이 모든 행보를 지켜보며 깊은 탄식과 함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제의 연이은 하사품들이 함복궁으로 들어왔다. 축하하러 온 궁녀들, 아첨하는 궁인들, 각처에서 근무하는 내시들로 함복궁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반면 초방궁은 한겨울처럼 차갑고 적막했다. 고요한 궁전은 마치 현귀비의 점점 얇아지는 황제의 은총처럼 서서히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