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326

구리로 주조된 학 모양의 궁등이 황제의 침전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사람을 압도할 만큼 많은 상소문이 쌓여 있었다. 이 구오지존은 더 이상 젊지 않았다. 양쪽 귀밑머리에 몇 가닥의 흰 머리카락이 드러났고, 검은색 용무늬가 새겨진 용포 안에는 마른 어깨가 감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든 붓끝은 날카로웠고, 조금도 약해 보이지 않았다. 마치 갈비뼈 없이 강호를 누비는 존자와도 같았다.

그의 손에 든 붓은 멈추지 않았지만, 깊은 밤의 어둠을 느끼며 그는 약간 마음이 산란했다. 귓가에서 때때로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