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38

다른 곳들은 이미 가을의 쓸쓸함이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어화원을 걸어오는 내내 쇠퇴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봄날처럼 화려한 꽃들이 경쟁하듯 피어있었다. 마치 후궁의 여인들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 화려함을 자랑하며, 이 사방이 담으로 둘러싸인 궁궐 안에서 청춘을 소모하고 있었다. 어화원의 꽃들처럼 고귀해 보이지만 단 한 계절만 화려하다가, 시들면 뿌리째 뽑혀 새로운 꽃으로 대체될 뿐이었다. 오직 군왕의 한 번 웃음을 얻기 위해서였다.

무상이 자신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총애가 떨어진 처지를 한탄하기도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