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1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제삼자를 마주하자, 그녀는 말할 능력을 잃었다. 아니, 더 많은 말도 이제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녀의 세계는 마치 테러 공격을 당한 쌍둥이 빌딩처럼 하룻밤 사이에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그곳을 떠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필사적으로 고개를 높이 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우스꽝스러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눈에 고인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7년간의 감정이 이렇게 취약하다니, 한 방에 무너져 버리다니!

그녀는 술에 취해 실수했다는 그런 헛소리를 절대 믿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