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11

하지만 적어도 생명이 다하는 순간에 의미 있는 일 하나를 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그는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반생의 기억들이 마치 슬라이드쇼처럼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지만, 되돌아볼 만한 일들이 너무나도 적었다.

아마도,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마침내 매일 밤 죽음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청윤은 뒤돌아볼 용기가 없었다. 울며 거리를 미친듯이 달렸다.

하지만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자신은 육진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