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92

그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어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의 눈은 여약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얼굴에서 단 한 줄기의 죄책감이나 미안함이라도 찾아내려는 듯했다.

하지만 없었다.

그 절세미인의 얼굴에는 오직 냉담함, 경멸, 천시, 혐오, 그리고 마치 개미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듯한 유희와 조롱만이 있을 뿐이었다.

육진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 여약설에게 두 걸음 다가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말해 봐, 왜 나한테 그렇게 했어?"

여약설은 여전히 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