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613

내 이런 바보 같은 모습을 보고, 이덕주의 어두운 표정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는 내가 바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자신의 감정이 너무 좋지 않으면 나를 겁줘서 도망가게 할까 봐 걱정했던 모양이다.

"마을 입구 진료소의 정 의사 남편한테 전화했어. 지금 가서 정 의사한테 약 좀 가져오라고 해. 어떤 약인지는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정 의사 남편이 전화해서 알려줄 거니까." 이덕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장 선생님.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마을 입구 진료소를 향해 다리에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