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7

집집마다 찾아다닌다면 손링링을 찾을 때쯤엔 이미 늦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그저 수색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한 골목의 끝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붉은 벽돌 벽에 튀어나온 듯한 흠집이 눈에 띄었다. 마치 방금 표시한 것처럼 보였다.

'이게 혹시 손링링이 남긴 건가?'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고, 가슴이 더욱 쿵쾅거렸다.

소리쳐 부르고 싶었지만, 내가 소리를 지르면 놈들이 경계할까 봐 걱정됐다.

희미하게 남녀가 내는 '음음 아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특히 그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