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에바: 혼합 품종

샤워 커튼이 갑자기 열리면서 매우 즐거워 보이는 그레이슨이 나타났을 때 비명이 나왔다. 그의 시선이 내려가 천천히 내 몸을 훑더니 다시 올라와 내 눈과 마주쳤다.

"너 뜨거운 물 다 써버리고 있잖아, 검은 양."

그의 말이 이해됐을 때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진심인가? 내가 샤워실에 들어온 지 겨우 십 분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손이 아직도 내 다리 사이에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열기가 목덜미부터 시작해 볼까지 번졌다. 그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전에 얼마나 오래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

나는 황급히 손을 뗐지만,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