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

B시의 한 사무용 빌딩, 옥상.

도시의 네온 불빛을 바라보며, 한 여자가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한쪽 다리는 공중에 매달려 있어 매우 위험해 보였다. 그녀 앞에는 여섯 일곱 개의 맥주캔이 놓여 있었고, 몇 개는 이미 비워진 상태였다.

"흐흐."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릴 때, 쓸쓸한 웃음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난간 위에 놓인 휴대폰에서는 계속해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카카오톡에서 끊임없이 오는 메시지를 보며, 그녀는 쓰라린 마음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축하할 일이겠지만, 하필 그녀에게는 정말 씁쓸한 아이러니였다.

오늘 밤에도 그녀는 야근 중이었는데, 카카오톡 메시지가 계속해서 울려댔다.

문득 궁금해진 그녀는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메시지를 보낸 곳은 대학 동기들과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었고, 몇몇은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분홍빛 결혼식 장식을 보며 그녀는 기분 좋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영상을 재생했다. 대학 동기 중 누가 결혼하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분홍색 백합 꽃 아래, 양복을 입은 남자가 앙증맞은 여자를 안고 미소 짓고 있었다. 여자는 부끄러운 듯 계속해서 얼굴을 남자의 가슴에 묻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중에는 그녀가 알아듣는 몇몇 지인의 목소리도 있었다.

금테 안경을 쓴 남자는 매우 온화하게 웃고 있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어 그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양복 입은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윤상은 거의 휴대폰을 놓칠 뻔했다.

7년간의 연애 동안, 그녀는 눈을 감고도 그의 눈썹과 눈을 그릴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 사람이 결혼한다니.

일주일 전, 그가 왜 그렇게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남자란, 한번 변심하면 정말 누구보다도 빨리 빠져나가는 존재였다.

윤상은 맥주캔을 들어 또 단숨에 비웠다. 눈 끝으로 맞은편 광장의 대형 스크린을 보니, 거기서는 성대한 시상식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MY그룹의 회장이 신비로운 여성과 함께 참석하고 있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MY그룹의 회장 묵성택은 전형적인 고부남(고급스럽고 부유하고 잘생긴 남자)이었다. 그의 기업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고, 젊은 나이에 자산이 수천억을 넘었다.

윤상이 다니는 의류회사도 MY그룹 산하의 자회사 중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묵성택을 판타지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정작 본인은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묵성택이 혹시 성향이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암시적인 보도를 한 적도 있었다.

당사자는 한 번도 해명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여자를 동반한다니, 순식간에 모든 조명이 묵성택과 그의 옆에 있는 여성에게 집중되었다. 기자들은 묵성택 옆의 여성이 미래 MY그룹의 여주인이 될 것인지 추궁하고 있었다.

윤상은 맥주캔을 들어 스크린 방향을 향해 취기 오른 목소리로 외쳤다. "축하해요, 하나같이 내 상처에 소금을 뿌리네. 여자친구 있다고 대단한가, 솔로 만세다."

말하는 순간,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여보세요?" 그녀가 막 대답하자, 전화 너머로 전소야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상아, 어디야?"

"아, 회사에 있어."

"또 야근하는 거 아니지? 빨리 이리 와, 나 포시즌 호텔에 있어." 전소야의 어조는 불편했고, 눈은 앞에 있는 신랑 신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 봤게?"

"하준철." 윤상은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

전소야는 전화를 든 손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알고 있었어?"

"응." 윤상은 가볍게 대답했다. 그 뒤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있던 휴대폰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맥주캔까지 다 마시자, 맞은편의 생중계도 끝났다.

역시, 곡이 끝나면 사람도 흩어지는 법.

그녀는 몸을 흔들며 난간에서 내려왔다.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생계를 위해 뛰어야 했다. 그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늘 밤도 역시 밤을 새울 것이 분명했다.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맥주캔을 밟아 중심을 잃고 시멘트 바닥에 곧장 쓰러졌다. 머리가 바닥에 세게 부딪히며 의식을 완전히 잃어가는 순간, 윤상은 생각했다. 처음부터 하준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적어도 지금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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