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2985

아쉽게도, 비어 있네...

나는 벽가에 있는 상대방의 모든 질그릇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봤다. 대부분은 이미 비어 있었고, 단지 네 개의 항아리에만 뭔가가 들어 있었다. 물이 담긴 항아리 하나와 음식이 반쯤 담긴 항아리 두 개였다.

조금 쏟아내서 살펴보니, 말라서 딱딱해진 덩어리 같은 것이었다.

검붉은 색이었다.

냄새를 맡으니 약간 고기 향이 났고, 입에 넣어 씹어보니 맛은 정말 삼키기 힘들었다.

너무 말라 있고 맵고, 또 설명하기 어려운 쓴맛이 났다. 평소였다면 이런 것을 음식으로 먹을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