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1

비가 처마를 두드리며 맑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화십칠은 창가에 서서 손을 뻗어 빗물을 받으려 했지만, 튀어 들어온 빗물에 온몸이 젖고 말았다. 서리처럼 하얀 머리카락 끝이 조금 더 위로 번진 것 같았다.

"뭘 보고 있어?"

"비가 오네요."

배불리 먹은 청룡이 정신이 번쩍 든 채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침대에 앉았다. 비록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열일곱 열여덟 살 소년의 형태였다. 한 쌍의 요사스러운 눈동자로 화십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사람이 평정심을 잃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악한 생각이 일어나자, 청룡은 침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