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10

반딧불이 숲과 깊은 정원

형형색색의 반딧불이가 빛나는 깊은 정원은 마치 꿈결 같았다. 구름처럼 흩날리는 벚꽃 위로 눈이 내리는 가운데, 숙구는 회랑 아래 앉아 섬세한 손가락으로 꽃잎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가끔 바람이 그의 손끝에서 꽃잎을 데려가고 눈송이를 가져왔다. 차가운 감촉에 숙구는 생각에 잠긴 듯 하늘 끝을 바라보았다.

대도(大道)의 기세가 약해지고, 천도(天道)는 이제 노골적으로 숙란신을 편애하고 있었다. 설괴는 조만간 숙란신의 것이 될 터였다. 숙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 아이는 그의 뱃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