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25

폭풍우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 세상의 번화와 소음을 모두 삼켜버렸다. 마치 끊어진 현의 소리처럼, 너무나 급작스럽고 짧아서 사람들이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남아있던 이성마저 무너뜨리고, 검은 눈동자는 수면 위의 그림자를 비추었다.

"너는 누구냐?"

가볍게 중얼거린 소리, 너무나 익숙한 그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화장골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빗물이 두 눈을 흐리게 했다. 바람이 급하게 불어와 잠시 방심한 사이 머리끈이 날아가 버렸고, 공중에 펄럭이는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끝없이 펼쳐졌다. 뼈가 자라나기 시작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