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29

한가로이 빗소리 듣자니 세상은 깨끗지 않고, 안개 속 산수에 옛 벗이 돌아오네.

백 년의 약속이 예정대로 찾아왔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시각, 서성(疏星)은 이미 일어나 해시신루(海市蜃樓)의 입구로 걸어갔다. 입구라고는 하지만 눈을 들어 바라보면 그저 하얀 구름 바다일 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누군가 그보다 먼저 와 있었는데, 설괴(薛槐)는 서성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서성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상대하지 않았다.

백 년의 약속인 시련탑은 이 구름 바다 속에 있었다. 천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