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43

묵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달빛이 얇은 베일처럼 안개를 감싸는 가운데, 희미한 빛줄기가 몇 가닥의 검은 머리카락을 비추고 있었다. 화장골은 부드러운 구름 침대에 엎드려 하얀 여우를 안은 채, 침전 안의 변함없는 배치를 바라보았다. 세월을 건너 다시 보니 전생이 꿈만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팔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그를 일깨웠다. 그 십만 년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화려한 색채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의 침전은 어두운 색조가 주를 이루었다. 넓고 차가운 공간이었지만, 극도로 절제된 사치스러움을 품은 제수천은 구주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