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48

텅 빈 긴 복도에 희미한 촛불이 밝혀져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의 길을 비추고 있었다. 구리는 화장골 곁에 붙어 기운을 숨긴 채 화문해 일행의 뒤를 따랐다. 그날 유연지경에서 돌아온 이후로 화장골은 점점 더 과묵해져, 대부분의 시간을 제수천의 구름 침대에서 잠을 자며 보냈다.

제수천에는 그들 둘뿐이었지만, 백호와 흰 여우, 은빛 늑대가 충실하게 창궁지정의 궁전을 지키고 있었다. 구리는 제수천의 어떤 미세한 변화도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없다고 믿었다. 오늘따라 화장골은 드물게 잠을 자지 않고 그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화문해가 난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