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62

"아버지, 뭘 보고 계세요?"

구리는 뜰에서 들어오자마자 화장골이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화장골은 고개를 돌려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 하는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는 일어나 구리 옆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봐, 검은 나비야."

구리는 그 말을 듣고 한 번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검은 나비는 흔치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희귀한 것도 아니었다. 시선을 거두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구리는 자신이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화장골을 번쩍 안아 집 안으로 향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