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63

한밤중에 눈이 내렸다. 화장골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꿈을 꾼 것 같았지만, 깨어날 때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텅 빈 뜰에서는 눈이 나뭇가지를 누르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화장골은 어둠 속에서 일어나 촛대에 불을 붙이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기운이 얼굴로 밀려왔다. 화장골은 눈을 감고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뒤늦게 찾아온 추위에 그의 손이 약간 떨렸고, 촛대가 기울어지면서 촛농이 손등 위로 떨어질 뻔했다. 그때 누군가의 손이 그의 손등을 덮었다. 화장골이 고개를 들자 깊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