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69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애간장이 끊어지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눈앞엔 황폐함뿐이다. 이것이 바로 화장골(花葬骨)의 현재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어둠 속에서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칼산일 수도, 끝없는 불바다일 수도 있었지만, 그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은근히 기대감마저 있었다.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화장골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마침내 결심을 굳힌 듯, 매 걸음을 아주 확실하게 내딛고 있었다. 기억이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