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74

장골은 약속을 지켰다. 이튿날 숙란진과 함께 피수지안으로 갔는데, 피수지안의 꽃은 무명화라 불렸다. 무명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 꽃의 형태가 하루 동안 변화무쌍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연꽃 같다가도 다음 순간엔 어쩌면 달맞이꽃으로 변할 수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장골이 꽤 마음에 들어 한 것은 강가에 있는 무인의 목조 오두막이었다. 숙란진과 함께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했는데, 테이블 하나와 의자도 없이 침대 하나만 있었지만 그들 둘이 지내기에 충분했다. 장골은 마음이 편안해져서 서둘러 돌아갈 생각도 없이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