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36

"사형, 미안해요..."

또 비 내리는 밤이었다. 화십칠은 칠중루의 술창고를 모조리 비우고 혼자 거리를 걷고 있었다. 흠뻑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고, 흰 옷은 온통 흙탕물로 더럽혀져 있었다. 이 길에서 얼마나 많은 웅덩이를 지나왔는지, 얼마나 비참하게 넘어졌는지도 모른 채, 그는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칠중루, 모두 백육십팔 개의 계단이 있고, 붉은 카펫 위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향기가 피어올랐다. 혼례복을 입은 여인의 눈빛은 고요했다. 그녀는 이미 가장 좋은 시절을 놓쳤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