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7

가을의 추위와 쓸쓸함이 감돌았다. 화비경은 폐허가 된 삼십이각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풍경이었고, 어젯밤의 참혹함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화문해가 후속 처리를 마치고 걸어와 화비경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네가 그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가고 싶으면 가. 여기는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난 여기 남아서 너를 도울게. 그는 자연히 그의 인연을 따라갈 테니까."

화비경은 고개를 저으며 폐허 앞으로 걸어가 몸을 낮췄다. 공처럼 말린 고슴도치 한 마리가 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