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8

북양 설씨의 가을 별채에서

북양 설씨의 가을 별채에서, 설괘는 먹물로 그림을 그리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창밖의 꽃바다로 향했다. 이곳의 꽃들은 결계의 영향으로 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았다. 수련계에서는 구유각의 화씨가 석양화를 가문의 전승으로 삼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북양 설씨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다만 이곳의 석양화는 색이 좀 더 짙을 뿐, 구유각의 석양화와 얼핏 보면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자수정빛 꽃무늬 망토를 어깨에 걸친 설괘는 뒤돌아보다가 순간 멈칫했다. 손에 든 붓을 내려놓고 병약한 남자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