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9

달빛이 하늘 가득 비칠 때, 화장골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보름달이 떠 있었다. 하루를 꼬박 자고 나니 겨우 정신이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나니, 촛불의 희미한 노란빛이 구리 거울 속 얼굴을 약간 일그러지게 비추었다. 다행히 얼굴의 무늬는 이제 보이지 않았고, 무표정한 얼굴은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십칠, 깨어 있어요?"

밖에서 권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었던 것 같은 목소리였고, 여전히 목이 메어 있는 듯했다. 화장골이 문을 열자 권서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문에 기대어 있었다. 불쌍하게 보이는 모습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