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8

"수진계에는 백년 세가가 부족하지 않지만, 각 가문의 저력은 각기 다르다네. 천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정상에 우뚝 서 있는 것은 구유각과 북양 설씨뿐이지. 백년 전쟁 약속이 눈앞에 닥쳤는데, 한 가주께서는 정말 세상에 나오실 생각이 없으신가?"

십칠은 손을 들어 허공을 향해 잡는 시늉을 했다. 달빛이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렸다. 이른바 '말이 놀랍지 않으면 죽어도 쉬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번 행보의 목적은 애초에 숨기고 감추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수진계가 이미 혼란스러워졌으니, 그가 장작을 더하고 불을 지피는 것이 무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