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499

"하 링모..."조삼근은 이 이름을 몇 번 조용히 중얼거리며, 떠나는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막거나 붙잡지 않고, 다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을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하 링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조삼근의 눈빛에는 확고한 빛이 어려 있었다.

하 링모가 말한 대로, 둘은 그저 육체적 관계일 뿐이었다. 조삼근은 이 말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아마 하 링모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면, 하 링모의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적나라한 현실 앞에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