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533

어느 순간, 여름영묵은 이생에서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그녀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 일어났던 일들,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마치 영화가 상영되는 것처럼 그녀의 뇌리에 서서히 떠올랐다.

여름영묵이든 조삼근이든,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친 순간 모두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다.

오늘 여름영묵은 꽤 청순한 차림이었다. 흰 분홍색 원피스에 마치 없는 듯한 살색 스타킹을 신고, 검은 하이힐이 부드러운 양 발을 감싸고 있었다.

까만 윤기 나는 머리카락은 모두 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