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626

이 시간대의 하령묵은 이미 목욕을 마치고 얇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알몸이 마치 뱀처럼 소파 위에 감겨 있었고, 젖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생생한 미인 출욕도를 연출하고 있었다.

경쾌한 벨소리가 울리는 휴대폰에 낯선 번호가 표시되자 하령묵은 손의 움직임을 멈추고 가볍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수화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드디어 전화를 받으셨군요!"

하령묵은 가늘게 눈썹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아 포기하고 물었다. "누구세요?"

"화룡입니다. 세무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