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62

세기 호텔, 38층에 위치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남녀 한 쌍이 투명한 통유리에 기대어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모두 약간의 홍조가 띠어 있었다.

화하를 떠난 지 여러 해, 류예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백주를 마시지 못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자오산진 역시 화하를 떠나 오랜 세월을 부대에서 지내며 백주는커녕 어떤 종류의 술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서너 잔의 백주가 들어가자 두 사람은 이미 어질어질했다. 지금은 겨우 벽을 붙잡고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아마 이 한 근의 백주가 바닥을 보일 때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