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886

바람 없이 고요한 바다 위로 화물선들이 시시때때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속도를 상당히 느리게 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외는 있기 마련이어서, 한 척의 화물선이 전속력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바다는 미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뉴욕시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화물선은 의도적으로 뉴욕시의 항구를 피해 은밀한 작은 항구로 천천히 접안하고 있었다.

화물선 6층 갑판, 조타실 뒤에 위치한 객실에는 남녀 한 쌍이 홀로 머물고 있었다. 남자는 겨우 25, 6세 정도로 보였고, 얼굴에는 멍이 들어 있었으며, 피가 부어오른 부분은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