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951

천지가 고요하고, 창백한 달빛이 대지를 비추며, 숲속 깊은 곳이 점차 조용해졌다. 나무와 풀숲에 숨어 있는 벌레 울음소리와 새 지저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작은 언덕 꼭대기에서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손의 동작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불과 몇 초 후에 양손으로 꽉 쥐고 있던 창의 몸체가 '카착'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났다.

다음 순간, 검은 옷 남자의 온몸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던 검은 옷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씩 벌어진 틈 사이로, 검은 옷 안에서 선홍색 피가 먹물처럼 옷을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