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2

집 밖에는 가을비가 끊임없이 내리고, 처마 위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바닥의 청석판을 적시며 마치 속마음을 토로하는 것 같았다. 밤의 고요함이 빗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고,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무상은 마음이 어지러워 뒤척이다 잠들지 못하고 결국 옷을 걸친 채 일어났다.

밤에는 그녀의 방에 시중드는 사람들을 두지 않았다. 모두 멀리 보내버렸는데, 하루 종일 수고한 사람들이니 밤에는 자신도, 그들도 편히 쉬게 하고 싶었다.

촛불을 켜기도 귀찮아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창가로 가 발을 들추었다. 바깥은 칠흑같이 어두워 빛이라곤...